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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모기지론 사태와 금융 폭락

by 하얀스케치북선물 2022. 10. 11.

미국은 다시 적자로

2003년 부자들을 위한 감세정책은 제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부동산세의 감세로 죽은 부자들만 세금을 냈고 주식 배당금에 대한 과세가 폐지되었다. 그리고 정부가 제약회사에 터무니없이 비싼 약값을 치르는 메디케어 약가제도가 시행되었다. 감세와 지출 급증으로 인해 국고는 텅텅 비어갔다. 단기 경기부양책조차 아무런 성과가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연준 의장이던 앨런 그린스펀은 미친 듯이 또다시 금리를 깎아내렸다. 저금리에서도 대출은 쉽지 않았다. 이자율이 거의 0%에 이르자 은행들은 신용불랑 자들에게 대출해주는 것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돈을 빌려서 집을 소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모기지론 사태

신용불량자들이 대출을 갚지 않을 위험이 있었지만 팔면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한데 묶은 뒤에 여러 등분을 해서 그 첫 등분에 상환금을 몰아주고 신용평가사가 그것을 승인하도록 매수하고 하는 방법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악성부채 덩어리를 안전해 보이는 투자로 탈바꿈시켰다. 그것을 산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대출기관도 대출 상환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집을 사들이자 일자리가 늘었다. 그리고 집값은 하늘을 찔렀다. 주택 소유자들은 부자가 된 듯했다. 돈을 더 많이 빌리고 더 많은 물건을 구입했다.

 

돈을 빌리는 건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클린턴 시절부터 상승세를 탔던 임금이 다시 하락세로 들어갔다. 곧 개인들의 파산이 급증했다. 파산법 전문가인 엘리자베스 워런이 다큐멘터리 한도를 넘은 사람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사람들이 파산 신청을 피하려고 눈물겹게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이렇게 많은 이들이 음식도 없이 살아가고 병원에 가지 못해 처방전을 못 받는지 몰랐거든요. 그리고 수도와 전기가 끊긴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지도요. 이들은 한 때 중산층이었고 대학교육도 받았고 제법 괜찮은 직장도 있었죠. 중산층의 아메리칸드림을 이루었던 사람들이죠. 그런데 지금 이렇게 바닥에 떨어져 전기가 끊긴 집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화도 끊기고 수도도 끊긴 채...”

 

2007년 이 안전한 모기지 기반 투자 중 일부가 휴지조각이 되었다. 어려움에 처한 월가를 구해 정부가 돈을 주었다. 그렇지만 통상적인 지원으로는 어림없었다. 연준 의장이었던 폴 볼커는 너무 많은 거품이 너무 오랫동안 지속되었기에 연준은 이 상황을 타개할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많은 모기지가 보험에 들어 있었다. 보험사는 만일을 대비해 책임준비금을 충분히 보유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보험사는 기본적으로 잘못될 수가 없다.

 

파생상품 중 신용부도스왑은 보험을 흉내 낸다. 신용부도스왑을 CDS라고 한다. 하지만 책임준비금을 보유할 의무가 없다.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보험사는 AIG다. 그 회사의 보험 분과는 탄탄했지만 20세기처럼 금융사가 한 가지 일만 하던 시대는 오래전에 사라졌다. AIG의 한 분과는 신용부도스왑이라는 파생상품을 전문으로 했다. AIG의 보험분과에 있는 엄청난 책임준비금을 믿고 사람들은 기꺼이 스왑을 사들였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잘 운영되었다. AIG 파생상품 분과는 어마어마한 CDS를 팔아치웠다. 보험분과의 책임준비금을 훨씬 웃돌았다. AIG는 상황이 악화되기 전까지 엄청난 이윤을 남겼다. 일이 잘못되었을 때는 AIG의 책임준비금으로도 이 손실을 메울 수 없었다. 책임준비금 중 상당수가 모기지였기 때문이다. 정부가 개입하여 AIG를 구제했다. 납세자들의 돈을 AIG의 도박 파트너인 월가의 유력한 회사들에게 넘겨준 것이다. 이것은 이익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이다. 정부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2008년 말까지 대출 시장은 얼어붙었다.

 

금융 폭락

공황이 확산되자 재무부는 부실자산 구제 프로그램을 통해 수천 억 달러를 월가에 쏟아부었다. 부실자산 구제 프로그램을 TARP라고 한다. 물론 연준은 감독 없이 2,000억 달러를 시중에 풀었다. 돈을 쏟아부으면 월가의 긴급한 불을 끌 수는 있다. 하지만 이건 헤로인이 마약중독자의 긴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결국 금융시스템은 실물경제에서 나온 돈의 흐름에 의존했다. 납세자의 돈을 수혈받는 것이 정상이 아님에도 월가 사람들의 행태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을 위해 큰 덩어리를 남겨두었다. 반면 실물경제에서는 구제금융이 막기로 약속했던 모든 일들이 터져 나왔다. 부정과 무능력이 드러나면서 사람들은 경제 체제 전반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금융 폭락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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