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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다시 돌아온 돈의 힘

by 하얀스케치북선물 2022. 10. 4.

정크본드란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고위험 고수익 채권이다.

정크본드는 상환할 가능성이 없지만 한몫 잡으려는 회사에 돈을 빌려준다는 의미에서 정크라고 불린다. 정크는 쓰레기를 의미한다. 워낙 위험이 높아서 건전한 투자자라면 당연히 피했다. 하지만 고위험은 곧 고수익을 뜻하고 투기꾼들은 이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다. 정크 본드 시장은 1980년대에 폭발적이었다. 주식은 기업의 소유권을 뜻하므로 주식 구입은 그 기업의 일부를 갖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주식이 많으면 그 기업을 소유할 수도 있다. 수십 년 동안 대기업의 경영자들은 누가 그런 짓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기업사냥꾼들은 정크본드를 팔아서 그 돈으로 기업을 인수하고 그 후 기업의 자산을 팔아서 본드를 되갚은 후에 엄청난 이윤을 남길 수 있었다.

 

사례 하나를 살펴보겠다. 1980년대 초에 걸프 오일은 1주당 40달러에 팔렸다. 걸프 오일은 전체 주식 값인 시가총액이 65억 달러에 달했다. 걸프 오일이 소유한 유전은 그보다 훨씬 더 가치가 컸다. 1983년 기업사냥꾼인 피켄스가 걸프 오일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걸프 오일의 경영진은 피켄스가 싫었고 대신 셰브런에게 기댔다. 셰브런은 1주당 80달러로 걸프 오일을 집어삼켰다. 피켄스와 친구들은 높은 값에 주식을 팔아 7억 6,000만 달러의 수익을 낸 반면 걸프 오일은 사라졌다. 40달러면 회사 가치는 65억 달러이고 80달러면 130억 달러다. 모든 사람들이 거기서 얼마의 가치가 창출되는지 알 수 있었다고 피켄스가 말했다.

 

현실세계에서는 주가 이외에 무엇이 창출되는지 알기 어렵다. 사실 어떤 것들은 파괴되었다. 걸프 오일이 사라진 후에 걸프 오일 임원은 25년의 삶과 가족의 희생이 한갓 종이쪽지 몇 장 때문에 사라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달리 말하면 종이 저축을 일자리와 투자로 전환하는 대신에 금융계는 정반대로 하고 있었다. 일자리와 투자를 종이 자산으로 바꾸고 있었다. 기업사냥꾼들을 물리치기 위해 경영자들은 기업의 주가를 비싸게 만들어야 했다. 기업에서는 주가를 밀어 올리지 못하면, 회사는 인수되고 경영자들은 해고당할 거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그러는 동안 연기금과 상호기금이 풍부한 월가 개인투자가들의 힘이 커졌다. 주식전쟁이자 주가전쟁이 미친 듯이 이어졌다.

 

월가의 힘과 권력

월가와 몇몇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주가가 오르면 효율성도 오른다는 것이다. 주가를 더 올려 탐욕을 채움으로써 기업은 더 잘 운영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1960년대에는 사실이었을지 모른다. 당시 투자자들은 평균 5년간 주식을 보유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 매입과 매도가 너무 빨리 이루어지면서 컴퓨터의 일은 훨씬 많아졌다. 월가는 점점 더 단기간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윤의 증가와 상관없이 월가를 기쁘게 한 또 다른 것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합병이고 다른 하나가 해고였다.

 

대기업은 싼 가격에 좋은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경쟁하지 않았다. 월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단기간 이윤을 뽑아내려 경쟁했다. 큰 이윤을 얻는 방법 중 하나가 정부에서 그 돈을 받아내는 것이었다. 레이건 시절에 시작한 스타워즈 미사일 방어체제를 살펴보면 2011년까지 지난 20년간 1,000억 달러 이상을 쓰고도 여전히 마시아 리 한 개도 격추시키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 미사일을 하나도 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납세자들에게 돈을 받아서 군수업체로 계좌 이체했다고 밖에 이해할 수 없다. 주 정부나 지방 정부에는 돈이 없었다. 수 세대 동안 지역사회의 일원이었던 기업들이 다른 지역에서 더 유리한 제안이 들어오면 떠나기 시작했다. 오늘날 많은 대기업의 이익은 전적으로 납세자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이익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라는 말도 생겼다.

 

이렇듯 월가가 계속 행복하려면 종이 자산이 실물 자산보다 더 빨리 올라가는 상황 곧 거품이 생기기 좋은 환경이어야 했다. 1987년 10월 19일 거품이 터졌다. 다우지수는 하루 만에 22% 떨어졌다. 대공황기보다 빠른 속도였다. 새로 연준 의장이 된 앨런 그린스펀은 저리 대출을 추진하여 폭락을 멈추었지만 통화 재팽창으로 인해 거품이 발생했다. 1980년대에 정부의 월가 구하기는 상습적으로 자행되었다. 금융가들은 패턴을 간파했다. 그리하여 월가는 더욱 위험한 도박을 했다. 이에 정부는 다시 월가 구제에 나서야 했다. 이내 거품을 계속 부풀리는 것이 정부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되었다.

 

금융상품 활용하기

주식을 사들여 회사를 통제하면 최고가의 시점에 기업 주식을 환매할 수 있고 기업에게 엄청난 배당금을 지불하게 할 수 있다. 이것은 이윤을 남길 수 있게 한다. 주식 환매에 대해 살펴보면 1981년부터 1996년 초까지 비금융권 기업들은 자신들이 발행한 것보다 7,000억 달러가 더 많은 주식을 환매했다. 그 돈은 세금과 임금 혹은 장기간 투자로 가지 않았다. 물론 금융이 늘 그리 만만하거나 쓸모없었던 것만은 아니다. 파생상품을 살펴보면 이는 본질적으로 도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도박은 때로 위기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휘발유 값이 오를까 노심초사인 버스 회사가 휘발유 관련 파생상품을 구입했다고 하자. 버스 회사는 휘발유 값이 오르지 않으면 이 도박에서 돈을 잃는다. 휘발유 값이 오르면 이 도박에서 딴 수익으로 손실을 상쇄할 수 있다. 파생상품은 특히나 복잡한 파생상품은 놀라울 정도로 규제를 받지 않는다. 룰이 사라지면서 월가 사람들은 더욱 복잡한 금융상품 곧 새로운 도박을 개발하는 데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 파생상품은 너무나 복잡해서 1990년대로 들어서면 노벨 경제학상쯤은 받아야 그 내용을 간신히 파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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