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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과학주의자 : 토머스 맬서스와 데이비드 리카도

by 하얀스케치북선물 2022. 10. 4.

토머스 맬서스의 인구론 1798

모든 시대를 통틀어 최고의 염세주의자는 영국의 학자 토머스 맬서스일 것이다. 인구는 억제하지 않을 경우 수십 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난다. 즉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양질의 토지는 제한적이므로 식량은 같은 비율로 늘어날 수 없다. 기껏해야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할 뿐이다. 따라서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기근이 온다.

 

발전은 질병과 전쟁처럼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질병과 전쟁은 인구를 식량 수준에 맞추게 한다. 자선도 나쁜 생각이다. 오늘 굶어 죽을 사람들을 먹이면 내일은 더 많은 사람을 먹여 살려야 한다.

 

제한된 지구에서는 경제가 한없이 성장한다 해도 인구는 한없이 증가할 수 없다는 맬서스의 생각은 맞다. 목사인 맬서스는 산아제한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물론 배후에서 그것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피임기구를 쓸 수 없었다. 그것을 살 돈도 없었고 사용법도 몰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난한 사람들은 늙었을 때 자신을 부양할 자식이 많이 필요했다. 아이들 때문에 가난한 게 아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낳은 것이다. 이런 맬서스의 사상을 부자들은 마음에 들어 했다. 맬서스의 경제학은 이 때문에 우울한 과학이라고 불렀다. 맬서스는 과학을 친구이자 영국의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리카도에서 가져왔다.

 

데이비드 리카도의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

이 책은 제목 그대로의 내용을 담고 있다. 논리적이고 일관성 있고 추상적인 원리들이 실려 있다. 추상화는 단순화를 수반한다. 예를 들어 리카도는 돈을 단순화했다. 리카도에게 화폐는 물건을 만드는 데 들어간 노동에 비례해 교환하는 수단이다. 그래서 도끼 한 자루이든 다른 물건이든 구입은 노동을 다른 노동으로 교환하는 행위였다.

 

리카도는 사람도 단순화했다. 그는 경제적 인간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자신의 잇속만 차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단순화하여 나타낸 결과가 추상적인 경제였다. 애덤 스미스의 자유시장을 이상화한 모형이었다.

단순화가 꼭 단순하다는 뜻은 아니다. 리카도의 모형 중 비교우위론은 아주 흥미로운 개념이다. 리카도는 이 모형에서 영국과 포르투갈과 와인과 옷 이외 다른 나라와 상품들을 모두 배제했다. 만일 이 두 나라가 한 가지 상품을 더 효율적으로 만든다고 가정한다면 그 한 가지를 특화하여 무역하는 것이 분명 유리하다.

 

국제무역을 모형으로 단순화하면 관찰만으로 힘든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불리한 국가라도 덜 불리한 상품을 특화함으로써 자유무역을 통해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리카도의 추상적 접근법은 고전파 정치경제학이라고 명명되었고 이후 경제사상을 주도했다. 애덤 스미스를 고전파 경제학자라고 부르지만 사실이 아니다. 애덤 스미스가 예시로 사용한 푸줏간과 빵집 이야기는 고전파 정치경제학의 추상적이고 이론적 세계와 전혀 비슷하지 않다.

 

고전파 정치경제학

고전파 정치경제학은 학교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리하여 19세기 초 주류 경제사상으로 학계에 자리 잡았다. 오늘날에도 경제학 대부분은 학계의 산물이다. 그리고 경제학자 대부분은 정확하고 엄밀한 모형을 통해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비교우위론에는 드러나지 않는 이면이 있었다. 리카도가 단순한 모형을 위해 배제한 현실 세계 말이다.

 

영국의 고용주들이 생산성이 높은 포르투갈로 공장을 옮겨서 영국 노동자의 일자리가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이 물건들을 운반하는 비용이 무역으로 얻는 수익보다 크면 어떡할까? 또 무역이 무산되면 어떡할까? 포르투갈은 와인만 남고 옷이 한 벌도 없을 것이다.

비교우위 모형이 현실 세계를 설명할 수도 못할 수도 있다. 모형 자체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다. 하지만 리카도 모형은 너무 매력적이라 사람들은 자꾸만 망각한다. 경제학자들이 시시때때로 일깨워도 아무 소용없다.

영국의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은 이렇게 말했다. 리카도의 방법론은 대단히 유용하다. 하지만 이론을 현실에 어설프게 적용했을 때 해악은 그만큼 커진다. 장점이던 단순화가 거꾸로 단점이 되거나 배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유시장은 언제나 작동됩니다! 그러니 내버려 두세요!

이들은 현실세계를 말하지 않는다. 리카도식의 추상적 모형을 설명할 뿐이다. 1단계는 이상적인 자유시장을 가정하라. 2단계는 이 가정에 기본을 두고 계산을 수행하라. 3단계는 당신의 계산이 자유시장이 이상적임을 보여줄 것이다.

이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부자와 권력자에게는 멋지게 작동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모형에서 자유시장은 정비가 잘 된 기계처럼 작동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 한 일에 기초한 소득이 할당되기 때문이다. 교과서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부자라면 자유시장은 완벽하다. 당신에게 그럴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란 게 원래 이렇지. 생각하면 위로가 된다. 19세기 초의 사람들도 마음의 위로가 필요했다. 하지만 현실의 경제는 삐걱대며 잘못된 교차로로 들어서고 있었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모든 것이 변하고 있었다.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이렇게 말한다. 부르주아는 100년도 안 되는 동안 과거의 모든 세 대가 만든 것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이 생산했다. 자연의 정복, 기계에 의한 생산, 공업과 농업에서 화학의 이용, 기선에 의한 항해, 철도, 전신, 세계 각지의 개간, 항로의 개척, 땅 속에서 솟아난 듯한 엄청난 인구, 이와 같은 생산력이 사회적 노동의 태내에서 잠자고 있었음을 과거의 어느 세기가 예감이나 할 수 있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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